제주도에 유명한 흑돼지 오마카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알게 된 것은 유튜브를 통해서였습니다. 맛집 탐방 유튜버가 제주 풍로에서 촬영한 콘텐츠를 보고 이곳을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부타'는 일본어로 '돼지'이고 '카세'는 '오마카세'를 차용하여 만든 네이밍입니다.
1. 제주 풍로에 대해서
작년에 제주도 여행을 갈 때 풍로에 대해 듣고 예약을 할까 전화를 했다가 당월 예약이 모두 찼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어떤 식당이길래 한 달 예약이 모두 차는 걸까 궁금했지만 예약을 할 수 없어 아쉽게도 포기를 했습니다.
올해 다시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더 테이블'이란 앱을 통해서 풍로에 예약에 성공하였습니다. 풍로 예약은 거의 3개월 전에 했습니다. 마일리지로 비행기표 예약하고 바로 풍로를 예약을 했으니까요. '더 테이블'에서는 예약을 받으면서 1인당 3만 원의 거치금을 결제해야 했습니다. 노쇼 방지를 위한 것 같았습니다.
식당 예약하면서 9만 원이나 사전 결제를 해야 할 정도니 한번 예약하면 거의 펑크 내는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 부타카세 1인당 가격이 6만 6천 원인데, 3만 원을 노쇼 위약금으로 걸어버렸으니 누가 노쇼를 하겠습니까? 식당에 입장을 하면 해당 예약금은 다시 돌려줍니다.
어렵게 예약한 곳이라 기대치도 매우 높았습니다. 저희는 일요일 오후 4시 타임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풍로는 하루에 세타임만 예약을 받습니다. 오후 4시, 6시, 8시 딱 세 번만 예약이 가능합니다.
한 타임에 90분간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한타임 손님이 나가면 직원들은 30분 내에 다음 손님 받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식사를 마치기 무섭게 직원들은 매우 바쁘게 움직입니다. 저희 가족도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셰프와 직원들이 30분 내에 테이블 세팅을 새로 하느라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2. 부타카세 식사코스에 대해서
제주산 흑돼지 300그램이 1인분 식사에 사용된다고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저와 제 딸은 겨우 300그램이란 말에 약간 실망했습니다. 6만 6천 원에 돼지고기 300그램이라는 가격은 어쩐지 비싸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식사를 마치고 난 총평으로는 절대 고기의 양이 부족하지 않았으며, 매우 훌륭한 식사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어떤 블로그에 보니 흑돼지가 1인분에 350그램이라고 하시는 분이 있던데, 올해부터 300그램으로 변경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공되는 그램수를 약간 줄인 듯합니다. 하지만, 고기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안 들정도로 멋진 코스요리였습니다.
풍로의 부타카세 코스요리 14가지로 아래와 같습니다.
- 하몽유채샐러드&토마토절임(샐러드)
- 전복 스이모노(국물요리)
- 가브리살&쥬키니(고기)
- 살치살&옥수수(고기)
- 김치찜(찜)
- 츠쿠네(고기)
- 알목살/껍살&꽈리고추(고기)
- 제주 보리김치 메밀국수(비빔국수)
- 갈매기살&표고버섯,마늘쫑(고기)
- 항정목련 된장구이(고기)
- 참나물 수육무침(고기)
- 탐 LA갈비(고기)
- 식사&된장찌개(찌개)
- 디저트(치즈와 아이스크림)
곁들임 요리도 모두 맛이 있어서 남기지 않고 다 먹으면 고기를 좋아하는 성인 남자도 충분히 배가 부를 정도가 되며, 각 요리에 대한 맛은 정말 이루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맛이 있습니다. 소고기나 양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로 이렇게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리는 테이블당 배정된 전문 셰프가 담당하며, 별도의 화로에 개별적으로 고기를 구워주는데 이 셰프님은 정말 고기에 진심인 듯 보였습니다. 고기를 굽는데 얼마나 신중하시던지,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를 경청하기도 하고, 눈이 빨개져라 고기와 숯을 바라보시다가 시간 타이밍이 되면 후다닥 소금과 후추등 양념을 번개같이 뿌리는 등 고기 굽는데 최선을 다해 주셨습니다.
화로 옆에는 솥밥이 올려져 있는데, 고기를 구우면서 밥도 해서 나중에 식사에 솥밥이 제공됩니다. 우연스럽게 저희 가족 테이블 솥밥에 조금 탔다고 하시면서 밥이 아니라 누룽지를 끓여서 주셨는데 그것도 너무 맛있었습니다.
이 정도 정성스러운 대접을 받으면 1인당 6만 6천 원의 가격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이 정도 되니 수개월 전부터 예약이 밀려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테이블을 세어보니 7팀이 있었는데, 하루 3타임만 받으니 하루에 21개 팀만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테이블은 대부분 2인 테이블이고, 2개만 저희처럼 4~5인 가족을 받을 수 있는 테이블이었습니다.
결국 풍로에 예약을 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하루에 21개 팀만 받는 한계 때문에 언제나 예약이 모두 찼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만큼 적은 고객을 응대하는 만큼 정성을 다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 말고 대부분 연인들이 짝지어 오시는 듯했습니다.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듯합니다. 워낙 프라이빗하게 서브를 하는 곳이라 데이트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용은 조금 있지만, 여자친구에게 점수 딸 좋은 찬스가 아닐까 싶네요. 저는 딸에게 점수를 땄습니다.
참, 풍로에서 제공하는 밑반찬 이야기를 안했네요.
소금은 영국에서 수입한 말돈 훈제소금을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와사비는 명이나물이 섞어서 직접 만든 것이고, 명란젓을 주는데 돼지고기와 매우 잘 어울립니다. 그 외에 고추절임을 주는데 느끼할 때 조금 먹으면 입안이 상쾌해 집니다. 한번 풍로에서 프라이빗한 식사 즐겨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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