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실 텐데, 주로 어떤 뉴스를 먼저 보시나요? 저는 주요 뉴스를 슥 훑어보고, 사회면 > 정치면 > 경제면 > 국제면으로 이동하면서 뉴스를 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위기', '심각', '폭락'과 같은 안 좋은 소식의 내용을 먼저 읽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1. 인간의 두뇌는 나쁜 뉴스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나쁜 뉴스에 민감한 것은 심리학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이 17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보면, 인간은 뉴스 중에 비관적인 뉴스를 접할 때 피부의 전기반응과 맥박이 크게 올라가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개인차는 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뉴스보다는 부정적인 뉴스에 관심과 의식을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연구가 있는데,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인간의 뇌는 부정적인 정보를 더 빨리 인지하고 제일 먼저 처리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것을 '부정성 편향'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뇌는 부정적인 것을 먼저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이것은 인간이 고대부터 나쁜 정보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다는 본능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부동산 폭락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집과 이사를 하게 될 경우 리스크를 고민하게 되고, 금리가 폭등하는 것을 보면서 현재 대출이자와 상환계획을 다시 고민합니다. 모두 저에게 닥칠 위험에 제가 최우선으로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측면에서 나쁜 뉴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바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벌어진 사고와 비극입니다.
옆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 수십만 명의 사람이 죽는 비극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재산이 3조 원인 제약회사 회장 부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거실에서 부부가 죽어있는 사건을 놓고 5년째 수사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봅니다. 모두 나와는 직접적으로 관계는 없는 나쁜 소식을 전하는 기사입니다. 이런 류의 기사들도 저는 매우 관심 있게 봅니다.
하지만, 저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나쁜 뉴스에는 민감하게 대응하는데, 제가 아닌 다른 이에게 해당되는 나쁜 뉴스에는 생각보다 매우 무덤덤할 뿐 아니라 내가 저 사람의 처지가 아닌 것에 대한 안도감(?), 스스로에 대한 인심을 하게 되는 묘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발생하지 않은 것에 안도감과 감사를 느끼기도 하고, 돈이 많은 사람들이 사고로 죽게 된 뉴스에는 경제적인 부가 인생의 행복이 아닌 것이라는 문구를 떠올리며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저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니, 나쁜 뉴스가 저와 관련이 있던 없던 분명히 높은 관심과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뇌의 '부정성 편향'이라고 하니 과학적으로 맞는 이야기 같습니다.
2. 매스컴의 상업적인 전략일까?
인터넷이나 TV에서 부정적인 뉴스를 많이 생산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반응에 편승해 보다 많은 관심과 클릭을 받기 위한 상업적인 목적도 들어 있을 것입니다. 보도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보다 반응이 큰 뉴스가 수익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이러한 부정적인 뉴스가 이슈화가 되면, 사람들은 각자의 의견을 내면서 여론을 형성하여 또 다른 뉴스를 생산해 냅니다. 큰 사건이 터지면 한쪽에서는 무분별하게 그 사건과 관련된 사람을 비판하는 발언이 튀어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제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매스컴은 또 이런 양쪽의 의견을 세세하게 전하면서 더 뉴스를 확대합니다.
이런 두뇌의 '부정 편향성'을 장사에 활용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시간제한을 두고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홍보하는 것이겠죠. 자잘한 혜택을 나열하고 지금 아니면 받을 수 없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언제나 일정 비율 이상은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장사꾼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책에서는 이런 것이 '클루지' 때문이라고 합니다. 클루지는 진화 심리학에서 나오는 용어인데,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인간의 두뇌는 오랜 세월 진화를 거듭했는데, 처음부터 완벽한 설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 판에 꾸준히 수십 차례 수백 차례 업데이트 방식으로 진화를 했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에 대해 완벽하게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약간 비상식적으로 행동하는 이유가 이 클루지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두뇌의 비합리적인 판단을 이용해 수많은 마케팅 전략이 나오기도 합니다. 부정적인 뉴스뿐만이 아니라 나에게 닥치는 모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인간이 최우선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죠. 때문에, 우리는 뉴스도 그렇고, 상업적인 마케팅에도 좀 더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대하게 포장된 것은 아닌지, 실제 팩트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한 번쯤 해 봐야겠죠.
3. 나쁜 뉴스로 우울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이런 사건사고에 대한 뉴스를 너무 많이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해집니다. 마치 세상이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고, 덩달아 내 인생도 행복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마저 받게 됩니다. 그러한 현상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좋은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나쁜 뉴스로 나까지 우울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은 이런 나쁜 뉴스의 전달을 딱 끊어 보는 것입니다. 기간은 2~3일 정도 설정하고, 스마트폰에서 뉴스를 보지 말고 다른 것을 하면 됩니다. 보고 싶었던 전자책에서 소설을 하나 골라서 읽던가, 평소 아껴두었던 웹툰을 3~4편 골라서 읽어 보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뉴스와의 단절이 최고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에세이집을 읽다 보면 심한 사고와 경험으로 우울증에 빠진 분들이 스스로를 찾기 위해 모든 소식을 끊고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 들어가 2~3년간 은둔생활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언가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몸과 마음이 안 좋아졌다면, 그 정보를 끊고 잠시 생각을 멈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시간도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두뇌에는 망각이란 기능이 있기 때문에 충격적이고 상심이 큰 경험이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무뎌지고 완만해지는 시점이 찾아옵니다. 시련의 아픔과 이별의 충격을 견뎌내는 것이 모두 시간과 망각 덕분이니까요.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한 우울증도 정보의 단절과 시간의 흐름을 활용하면 다시금 우리의 뇌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대학생 독후감 모음 vol 1 : 고전, 철학,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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