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넷플릭스를 켰다가 나에게 찾아온 알고리즘의 힘에 의해 자산어보를 보았습니다. 흑백영화여서 약간 어색했지만, 자산어보를 통해 제가 잘 몰랐던 정약전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 자산어보의 배경과 줄거리 이해하기
영화의 초반부에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정약용 3형제가 천주교를 믿었다가 유배를 가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정약용의 셋째 형인 정약종은 죽고, 둘째 형인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를 하고,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가게 됩니다.
주요 내용은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를 가서 장창대라는 사람을 만나, 자산어보를 함께 집필하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무려 16년을 했으며, 결국 흑산도 근처 우이도에서 사망했습니다.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지내면서 장창대에게 학문을 깨우쳐 주었고, 서당을 열어 섬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습니다.
비록 조선 후기 순조 시대였지만, 조선은 여전히 성리학을 하늘처럼 떠 받들고 있었고, 관리들의 부정부패는 심해질 대로 심해졌을 때였습니다.
정약전은 일찍이 형식과 허례허식만을 강조하는 성리학의 폐해를 깨닫고 철저히 실용중심의 학문이 조선을 부흥시킬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흑산도에 들어갔을 때 육지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생선들의 모습과 맛에 호기심을 느껴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자산어보를 집필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자산어보의 메인 스토리는 정약전과 장창대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정약전이 실용주의 학문을 추구하는데 반하여 흑산도 청년 장창대는 반대로 성리학과 출세를 위한 학문을 추구합니다. 둘은 서로 뜻이 맞지 않았지만, 정약전은 장창대의 생선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고, 장창대는 정약전의 학식이 필요하여 서로 돕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결국, 장창대는 어느정도의 학문을 이루자 출세를 찾아 정약전을 떠나 육지로 갔습니다. 이미 정약전에게 많은 학문을 전수받은 장창대는 무난히 급제를 하여 출세길에 접어들었지만, 크게 실망하게 됩니다.
당시는 조선 후기 시대 삼정문란으로 부정부패가 너무나 심했기 때문에 정창대는 환곡이나 군역으로 하급관리들이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모습을 보면서 출세에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온 대로 훌륭한 목민관이 되어 출세하겠다는 이상적인 꿈은 물거품이 되어 왜 스승인 정약전이 실용학문에 몰두했는지 어렴풋이 깨닫게 되어 흑산도로 돌아왔으나 이미 하늘로 떠난 정약전을 보게 됩니다.
흘러가는 스토리가 조선 후기 시대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왜 정약전과 같은 실용주의 학자가 생겨났는지를 장창대라는 인물을 빗대어 너무나 아름답게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2. 자산어보에 대하여 이해하기
고등학교를 다닐 때 국사책에서 조선 후기 실학자 중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지었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자산어보는 당시의 물고기에 대한 백과사전과 같다고 배운 기억이 납니다.
자산어보는 조선시대 최신식 어류 백과사전입니다. 3권 1책으로 된 이 책에는 260종의 수중생물의 분류와 각각의 생태에서 대해 자세하게 기록해 놓은 책입니다.
흑산도 연안에 살고 있던 토종 어류와 함께 조개류, 해초류를 포괄하여 기록했고, 물고기를 해부한 기록과 함께 당시 현지인들의 인터뷰까지 실어 형식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매우 현실적인 지식을 기록했습니다.
아귀가 물속에서 낚싯대 모양의 촉수로 먹이를 유인하거나, 아가미 호흡의 구조를 설명하는 등 매우 과학적인 해설이 있었고, 각 수중생물들의 맛까지 기록했습니다. 더불어 요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쓰여있으니 정말 물고기에 대해서는 모든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자산어보는 원본이 없이 필사본만 있는데, 원본은 어디 있는지 찾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소설 목민심서에 보면 산지기의 손자가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그려진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예뻐서 벽지로 발라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약용과 손자들이 이를 필사해서 자산어보를 보존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자산어보의 자산은 흑산도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흑산어보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흑산이 어둡고 무섭다고 하여 자산어보가 되었고, 검다는 의미를 담아 검을 현을 사용하여 현산어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3. 정약전은 천재였을까?
영화를 보면, 장창대가 정약전에게 질문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왜 동생인 정약용은 목민심서와 같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좋은 책들을 쓰는데, 정약전 본인은 많은 학식을 쌓은 사람임에도 아무도 관심 없는 물고기에 대한 글만 쓰는지 궁금해합니다.
정약전은 동생 정약용과 학문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달라서 그런 것뿐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장창대는 정약전이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집필하면서 늘 제자를 시켜 중간중간 정약전에게 편지로 확인하고 문의하는 것을 보면서 정약전의 학식이 매우 높았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조선시대 최고의 천재는 십만 양병설을 주장했던 이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엄청나게 많은 책과 비상한 두뇌로 조선시대 과거란 과거는 모두 평정했다고 하니, 공부하는데 그만한 천재는 없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가만히 영화를 보다 보니 정약전은 어떠한 계기로 인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달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당시 사람들은 세상이 성리학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겠지만, 정약전은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식은 세상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음을 깨들은 듯합니다.
그가 자산어보를 지으면서 장창대와 나누는 대화를 보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물고기의 뼈와 개수, 어부였던 장창대가 경험으로 깨닫고 있었던 모든 지식을 글로 옮기고 분류를 나누고, 그 정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글자를 한자가 아닌 음역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KBS 역사스페셜에 자산어보에 대해 나오는데, 지금 현대사회에도 자산어보는 수중생물을 공부하는데 그 분류 체계와 분석 방법이 참고될 만큼 심오하고 깊은 내용이었다고 하니 정약전은 사물을 바라보는 눈과 생각하는 방법이 탁월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합니다.
오히려, 당시에 실제로 적용될 수 없었던 이상적인 책이었던 목민심서를 지은 정약용보다 한 발 앞서가는 인물이 바로 정약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사책에서는 정약용에 대한 비중과 내용이 더 많은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네요. 영화 자산어보를 보면 정약전이 정약용보다 더 천재적인 인물로 비춰지는데 말입니다.
정약전 말고 조선시대에 숨겨진 인물이 또 없었을까요?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과 함께 개혁을 추진한 숨은 공신, 조대비와 정조대왕의 등극을 뒤에서 도운 홍국영 또한 우리가 잘 모르는 영웅들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한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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