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즈 멀티숍 ABC마트가 우리나라를 꽉 잡은 이유

저는 운동화를 살 때 ABC마트를 가거나 브랜드 전문매장에 갑니다. 아디다스 브랜드를 좋아해서 논현동 아디다스 본점을 가기도 하고, 대형 ABC마트에 가서 다양한 물건을 비교해 보고 구입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ABC마트가 우리나라 신발시장을 꽉 잡은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1. 슈즈 멀티숍 ABC마트의 위상  

 

2022년 ABC마트 매출은 5,677억이고, 영업이익률 9.69%였습니다. 신발 하나를 팔면 1만 원 정도 남는 장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팔아도 흑자를 내고 증시에 상장까지 되었다니 판매력이 엄청난 듯합니다. 시장 전체규모가 1조 2천억이니까 ABC마트의 시장점유율은 50% 수준입니다. 거의 독식 수준이네요.  

 

영업이익률이 좀 적은 것 같지만 2위사와 3위사를 비교해 보면, ABC마트의 위상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매출 2위사인 에스마켓은 1,174억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1.32%입니다. 3위인 슈마커는 997억 매출에 영업이익률은 1.78%입니다. 신발이 박리다매 상품이라는 것을 여기서 알 수 있네요. 

 

ABC마트는 일본 브랜드입니다. 예전에 반일운동이 한창일 때 ABC마트가 끼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ABC마트는 재일교포 강정호 씨가 만들었고, 이 분은 일본에서 10위권 부자라고 합니다. 재산이 수조 원인데 지금까지 인터뷰 한번 안 한 신비로운 인물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거나 본인만의 세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일본에서 1990년에 사업을 시작했고, 한국에 2002년에 진출했으니, 한국에서만 거의 20년 사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분은 원래 일본의 신발 도매상을 했는데, 1990년대 일본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소매상들 모두 망해 재고 소진을 위해 본인이 직접 시장에 신발을 팔기 시작한 것이 바로 사업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최초 ABC마트가 도쿄 우에노 시장에 오픈이 되었는데, 그때부터 매장의 콘셉트가 지금처럼 유명한 신발 브랜드를 시장 분위기에서 펼쳐 놓고 살 수 있다 였다고 합니다. 당시 경제가 좋지 않아, 유명 브랜드 신발을 시장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컨셉이 잘 먹혀서 크게 성공했다고 합니다.  

 

 

 

2. ABC마트의 영업전략  

 

한국에 진출할 때는 압구정부터 공략을 했는데, 대표적인 영업전략이 바로 도미넌트 전략이라고 합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차지해야 하는 동일 상권 내에 점포를 여러 개 내서 독식해 버리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한 지역에 매장을 여러개 내서 다른 브랜드가 발을 못 붙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명동에는 ABC마트가 5개가 있는데, 모두 반경 1킬로미터 이내에 배치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명동이야 유동인구가 어마어마해서 이런 전략도 잘 먹혔나 봅니다만, ABC마트 말고, 스타벅스도 비슷한 전략을 사용해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고 합니다. 원래 마케팅에 이런 전략이 있나 봅니다. 

 

장점도 있겠지만, 이런 전략을 사용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 수 있고, 서로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해서 적자를 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ABC마트는 한 지역의 전체 매출이 흑자면 일부 매장이 적자여도 괜찮다는 마인드여서 이런 전략이 통했고, 이들의 태생이 원래 도매업을 했었기 때문에 자금과 물량 동원에 자신감이 있다는 점도 이 전략을 진행하는데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접객에도 특별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시장 분위기를 재현하는 방법인데, 매장에 물건을 산처럼 쌓아두고 여기저기 편하게 앉아서 물건을 구경하고 신어볼 수 있게 했다는 점입니다. 직원들도 호객하듯이 여기저기 소리를 지르며 다니고, 필요하면 아무 곳에서나 직원들이 달려옵니다. 이런 접객 방법을 익히게 하기 위해 직원들을 일본 ABC마트에 견학을 보내기도 했다네요. 

 

생각해 보니 지난번 아디다스 운동화 신제품을 사러 논현동 아디다스 본점에 갔을 때를 기억해 보면, 벽면에 걸린 신발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직원이 창고에 가서 물건을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매장은 매장의 공간이 널찍하고 쾌적했지만, 조용했습니다. ABC마트처럼 둘러보면서 구경할 만한 것은 없었는데 확실히 전문매장과 ABC마트는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또 하나 에피소드는, 제가 속초에 여행 갔을 때 신발을 잃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도둑맞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당시 호텔 슬리퍼를 신고 걸어 나왔는데 근처에 바로 ABC마트가 있어서 바로 신발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호텔이 속초 시장 근처였는데, ABC마트가 바로 시장 입구에 있었습니다. ABC마트는 전국 도시에 거의 다 있는 듯합니다. 속초 ABC마트는 가격도 착하고 브랜드도 많아서 안심하고 구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의 모든 신발 ABC 마트)

 

3. ABC마트의 문화와 전망  

 

ABC마트에서는 물건을 팔면 꼭 기록하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예상되는 나이대와 성별, 외국인여부라고 합니다. 특별히 고객에게 확인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직접 입력할 수 있는 정보니 고객을 귀찮게 할 필요가 없었을 듯 합니다. 이 데이터를 무려 20년간 쌓아서 재고관리와 신상품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방식은 좋은 것 같습니다. 굳이 마케팅한다고 고객에게 앙케트를 하거나, 이벤트를 벌여서 선물을 걸고 이것저것 정보를 빼우는 것보다는 본인들이 알아서 그냥 봐도 알 수 있는 단순한 정보만으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훨씬 정확할 듯합니다. 연령대가 높은지와 낮은지, 여성이 많은지 적은 지, 외국인이 많이 오는지 여부만 알아도 판매 전략을 세울 수 있을 테니까요. 

 

ABC마트는 현장 중심의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직원은 한 달에 5일은 무조건 매장에서 근무를 해야 하고 그중 하루는 꼭 주말에 매장에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기획팀이든, 재무팀이든, 마케팅팀이든 말입니다. 영업은 현장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문화가 아닌가 합니다. 

 

더구나, 채용할 때도 스펙을 체크하지 않고, 학력, 성별, 나이와 무관하게 채용을 한 후 현장 직원을 적극적으로 본사로 올려서 본사 임원의 30%, 팀장과 부장급은 무려 40%가 현장 판매직 출신이라고 합니다. 이것만 보아도 확실한 영업중심 경영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만 해도 인사, 기획, 재무 쪽 라인이 제일 파워가 강하고, 영업은 오히려 하대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실제로 돈을 벌어오는 조직은 영업인데 말입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ABC마트와 같은 회사 분위기면 영업 판매직도 열심히 일할 맛이 나겠습니다. 요즘에는 신발 매장에 패셔너블한 옷들도 함께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멋진 신발 사러 오시는 분들은 패션에도 관심이 높을 테니까요.

 

좋은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고, 끊임없이 고객과 접촉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은 회사입니다. 20년이나 우리나라에서 잘 버티고 살아남았다고 하니 근성이 있는 듯합니다. 일본 브랜드라는 것이 우리나에서는 장점이 아님에도 퇴출당하지 않고 버텼다는 것은 나름대로 무언가 ABC마트만의 힘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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