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는 음료를 가지고 타도 되는데, 버스는 승차거부를 당하는 이유

무더운 여름이 끝나지 않은 지난달 주말 동네 사우나를 하고 걸어서 집에 돌아가기 힘들어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들고 버스를 타려고 했다가 승차거부를 당했습니다. 예전에 지하철은 커피를 가지고 탔었는데, 버스는 안 되는 이유를 찾아보았습니다.  

 

 

 

1. 버스에서 음료를 가지고 탈 수 없는 이유 

 

제가 커피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버스 승차거부를 당하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가끔 버스 정류장 의자에 먹다 남은 음료 컵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저와 같이 음료를 들고 버스를 타려다가 거부를 당하니 음료를 정류장 의자에 놓고 버스를 탔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이 제도가 코로나 시즌에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당시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음료나 음식을 먹으려고 버스 안에서 마스크를 내리면 감염의 위험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음료 및 음식을 가지고 타지 못하게 정한 것이 아닌가 했습니다. 

 

하지만, 버스에서 취사가 금지된 것은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이 아니라 그 이전에 2018년 제정된 것이었습니다. 정확하게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2018년 서울시는 조례를 통해 시내버스에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와 음식에 대한 반입을 금지했습니다. 이 조례는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 기준에 관한 조례 제11조 6항입니다.  그 목적은 바로 음료가 흘러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입히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여기서 반입 음료와 음식은 오픈된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에 포장을 뜯지 않은 음식과 음료는 가지고 탈 수 있습니다. 제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원샷하고 빈 통으로 가지고 타니 제지를 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2. 지하철에서 음료를 가지고 탈 수 있는 이유 

 

코로나 때 모두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내리면 모든 사람들이 불쾌해하거나 멀찌감치 피하기 때문에 감히 마스크를 내릴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음료를 가지고 탄 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 제 생활을 돌아보면 가끔 음료를 가지고 지하철을 탔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전처럼 지하철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냄새를 피우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은 간혹 본 적이 있습니다. 

 

어째서 버스에서는 음료를 들고 탈 수 없는데, 지하철에서는 가능한 것일까요? 

 

그것은 지하철 운행에는 버스운행과 같은 조례가 없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버스는 운전기사가 승객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지하철은 차량이 분리되어 있어 승객이 무엇을 하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지하철은 라인별로 운영 주체가 13개나 있어서 일괄적으로 합의를 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때문에 지하철 역사에 보면 음료를 버리는 불투명한 음료수거함이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타기 전에 음료를 버리라고 설치해 둔 것이라고 합니다.

 

 

3. 현재 기준이 합리적일까? 

 

처음에는 몰랐지만, 내용을 알고 보니 현재 운영되는 기준이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버스에서는 회전할 때 급정거할 때가 많아 음료를 들고 있다면 실수로 흘려서 옆사람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지하철은 급정거 할 일도 없고 회전도 거의 안 하기 때문에 들고 있어서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사실 버스에 음식을 가지고 타는 것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사례가 있는데, 대만에서는 31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고, 싱가포르에서는 무려 51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버스에 음료를 가지고 타지 못하는 것은 내가 불편하기보다는 실수로 버스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준수할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역설적으로, 그나마 지하철에서는 이런 규제를 풀어놓은 것이 다행스러웠습니다. 지하철에서까지 금지를 했다면, 서로 찔끔찔끔 눈치를 보면서 규정을 어기는 사람들을 곁눈질하면서 투덜거렸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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