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
최근 <파이어족이 온다.>라는 책 때문에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파이어족과 욜로족에 대해서 간략하게 비교를 해 볼 생각인데, 최근에 유행을 하기 시작한 파이어족의 개념은 자세히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젊을 때 극단적인 절약 생활을 통해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모아 조기 은퇴하자"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미국에서는 10년 전부터 유행했다는데, 우리나라에는 최근에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합니다.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기존에 있었던 재테크 개념이지만, 좀 더 철학적인 의미가 가미되어 있고 전세계적인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세대가 달라짐에 따라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욜로족, 소확행 등의 단어가 유행할 때 마음이 끌렸고, 이번에는 파이어족이라는 개념에 또 마음이 끌려 시도를 해 보고 있는데, 제가 생각하는 욜로족과 파이어족의 차이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두 가지 개념 모두 살아가는 방식의 차이일 뿐입니다.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볼 수 없고, 사람마다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서 본인에게 맞는 것을 적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차피 한번뿐인 인생, 욜로로 살면 어떻고, 파이어로 살면 어떻습니까? 자기 좋은 대로 사는 게 정답이죠.
1. 파이어족에 대해
파이어(FIRE)란 '경제적 자립, 조기 퇴직'(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입니다. 그래서, 조직 퇴직을 목표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파이어족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파이어 개념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일찍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일찍 은퇴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일찍이라는 의미는 상당히 빠른 나이대를 말합니다. 50대도 아니고, 빠르면 30대, 대부분 40대 은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파이어족이 무엇인지 그 실체가 궁금하시다면, 아래와 같은 '인생모델'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래 5단계의 과정이 파이어족의 인생설계 프로세스입니다.
[F.I.R.E. 를 하기 위한 프로세스]
[1단계] 소득의 60%까지 절약한다.
[2단계] 연간 생활비의 25배를 저축한다.
[3단계] 은퇴 후 4~5% 수익률로 투자한다.
[4단계] 매년 3%만큼 인출해 생활비로 쓴다.
[5단계] 시간과 경제적인 자유를 누린다.
이 모델은,
즉단적으로 절약을 하여 생활을 미니멀하게 통제하고, 년간 생활비의 25배만큼 저축한 후 4~5%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에 돈을 맡기고, 매년 3%만큼 인출해서 영원히 자유를 누리면서 살아간다는 모델입니다.
어떠신가요? 확~ 마음에 끌리시나요?
이 프로세스를 실행하기 위해서 [1단계]와 [2단계]를 통과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말이 60% 절약이지 소득의 40%로 한 달을 살아가려면 얼마나 궁핍하게 살아야 할까요?
사실 그만큼 돈을 빨리 많이 모으라는 의미겠지요. 그래서, 대부분 절약과 함께 투자를 병행합니다. 투자는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일을 더 많이 해서 소득을 늘리는 사람도 있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도 있고, 틈틈이 부업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극한의 저축과 전력을 다한 투자로 연간 생활비의 25배를 최대한 빨리 모으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 다음 그 돈을 4~5%의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에 넣는 것은 그나마 간단합니다.
대부분 채권이나 펀드 등을 활용하고 있는데, 검증된 금융자산을 서너개 선택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그나마 안전하게 구성할 수 있으니까요.
자 그럼 실제로 해볼까요?
단순한 모델로 1인 가정을 기준으로 최저 생활로 만족한다면 가능한 파이어족의 모델을 시뮬레이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월 생활비 200만 원을 가정하고 한번 어떻게 조기 은퇴를 할 수 있는지 생각을 해 봅시다.
① 생활비 : 200만원 x 12개월 = 2,400만원
② 저축액 : 2,400만원 x 25배 = 6억원
자, 만약에 월 200만원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6억원만 저축을 하면 평생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개념으로 생각하면 매월 300만원으로 살겠다고 마음 먹으면 9억원이 필요하고, 매월 400만원으로 살겠다고 마음 먹으면 12억원이 필요합니다.
목표금액을 40대에 달성하면 40대에 은퇴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모델은 반드시 20대인 밀레니얼 세대만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한창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회사원이면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습니다.
저도 퇴직하면 월 200만원으로 혼자 살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말년에 제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요.
한 달에 200만원이면 행복하게 살지 못할 것 같나요?
① 주거비 : 40만원 (월세 35 + 관리비 5)
② 식사비 : 120만원 (2끼 x 30일 x 2만원)
③ 통신비 : 10만원(할부금+통신비)
④ 구독료 : 5만원(넷플릭스, 리디북스 등)
⑤ 보험료 : 15만원(실손보험, 암보험)
⑥ 교통비 : 10만원(택시비 포함)
제 입장에서는 대강 이렇게 구성됩니다.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나오는 200만 원은 말 그대로 생존 비용입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남는 시간 동안 제가 노는 것은 아니니까 무언가 소일거리를 찾겠죠.
소일거리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바로 제 유흥비나, 쇼핑, 여행, 의류비 등으로 사용할 것입니다. 물론 피곤해서 몇 개월 일을 쉬더라도 굶어 죽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깔려있습니다.
제가 <파이어족이 온다.>라는 책을 읽어보니 이 파이어 개념은 부유하게 사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소득기반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추구할 수 있는 경제적인 독립을 지원하는 개념입니다.
부자도 할 수 있고, 가난한 사람도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어느 정도 소득으로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지 본인이 선택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파이어족의 핵심 개념입니다.
저와 같은 회사원은 입사 때부터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넣고 있는데, 틈틈이 해온 저축을 포함해서 목표금액을 조정하면 파이어족과 같은 조기 은퇴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점은 자녀입니다. 저도 딸이 하나 있지만, 자녀에게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가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목표금액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고, 평소 소비가 자녀 양육 때문에 줄이기 쉽지 않기 때문에 난감합니다.
파이어의 실천은 자녀가 없는 1인 가구나 2인 가구가 실천하기 용이할 듯합니다.
미국에서는 약 10년간 유행이라고 하고, 최근에 우리나라에 상륙했는데 조용히 확산되는 듯합니다. 아직은 파이어족으로서 조기 은퇴를 해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성공사례는 적은 것 같습니다.
조만간, 욕심을 버리고 미니멀한 삶을 즐기면서 복잡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젊은 나이부터 은퇴를 즐기는 사람들이 나타날지 모르겠습니다.
참, 부작용은 없을 까요?
파이어 개념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단점으로 꼽히는 것은 인생 주기상 가장 소득이 높고 사회에 기여도가 높은 40대에 은퇴를 해서 생산활동을 안 한다는 점입니다.
사회적으로 낭비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40대부터 놀겠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40대는 직장에서도 가장 높은 소득을 받는 연령대이고, 사회적으로 기여도가 높은 나이입니다.
파이어족 본인 입장에서는 시간적으로 여유를 가지며 인생을 즐기겠다는데, 더 많은 연봉이나 더 많은 사회적 기여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만..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그런 단점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파이어를 실천하다가 인생의 의미를 잃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목표금액이 있고 이를 위해 뼈를 갈며 노력할 텐데 몇 년 그러다 보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 매일 궁핍하게 살아야 하는지, 젊은 나이에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삶이 비참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위험입니다.
저도 대출금을 갚기 위해 와이프와 몇 년 자린고비 운동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수개월이 지난 후에 와이프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우리가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야 하는지 서로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목표와 비전이 있지만 실행 과정에서 오는 정신적인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가장 힘들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파이어족의 개념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2. 욜로족에 대해
욜로란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입니다.
현재 나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소비형태를 말하고,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합니다.
욜로족은 묘하게 파이어족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둘 다 젊은 층에서 유행하고 있고, 한쪽은 즉각 소비를 하는 반면, 다른 한편은 미래를 위해 소비를 미루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서로 다른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돈을 지금 쓰든 나중에 모아서 쓰든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니까요.
욜로족은 내 집을 마련하거나, 노후 준비를 하는 것보다 현재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자기 계발에 관심이 높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소비를 한다기보다는 본인의 자아를 실천하기 위함이라는 점이 충동적인 소비생활과 다릅니다.
욜로족도 미니멀 라이프와 관련이 깊습니다. 파이어족이 목표액을 줄이고, 조기에 은퇴를 하기 위해 생활을 미니멀하게 축소한 반면, 욜로족은 본인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소비생활을 위해 그 외 생활을 미니멀하게 축소했다는 점이 유사합니다.
욜로의 개념은 소확행이라는 단어와도 밀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소확행이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이죠. 결국 이들은 지금 느낄 수 있는 확실한 가치가 중요했던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암울함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3. 나에게 맞는 방식은?
욜로의 개념은 그렇게 철학적인 배경이 없기 때문에 정리할 것이 많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는 파이어나 욜로나 둘 다 제가 실행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왜냐하면, 저에게는 자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자녀의 안전하게 양육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파이어에서 말하는 미래의 자유로운 시간, 욜로에서 말하는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파이어의 개념이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도 짠돌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대출로 자산을 구입하고 대출을 갚아나가는 것이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믿고 일했던 적도 있습니다. 파이어도 비슷한 개념이긴 하지만, 철학적으로 모델을 다듬었다는 점이 다릅니다.
저에게는 파이어의 개념이 맞는 것 같지만, 인생은 다양하고 본인 선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모두 자기 좋을 대로 살아가면 그만입니다. 결과도 본인이 책임질 테니까요.
정리하며,
저는 파이어족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대부분 조기 은퇴하고 하루 종일 자유롭게 즐기는 것으로 환상적인 미래를 상상하도록 만들지만, 제가 생각하는 파이어족의 은퇴생활은 좀 다릅니다.
만약, 퇴직 후 생활비가 300만 원이 필요하다면, 200만 원은 저축과 투자로서 베이스로 깔리도록 준비를 해 놓고, 100만 원은 수익형 블로그나 온라인 부업활동으로 꾸준히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놓고 싶습니다.
이런 하이브리드 구조라면, 저와 같이 자녀를 키우고 있는 아빠들도 한번 파이어에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나 미래에 여유 있는 시간과 경제적인 안정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같으니까요.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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