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
2021년에 들어서 최대의 이슈가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아닌가 합니다.
뉴스에서 잠재적인 대선 주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이슈가 되고 있구나 정도로 느끼고 있지만, 정말 가능할지, 기본소득제가 적용이 되면 나의 삶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최근에 '2021 한국경제 대전망'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매년 시리즈로 나오던 책인 것 같은데, 저는 올해 처음 접하게 되었네요. 주제별로 28명의 교수진들이 각자의 분야에 대해 연구한 것을 풀어서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예측을 이야기해 줍니다.
챕터별로 되어 있어서, 관심 있는 주제만 읽어도 되기 때문에 한 권 읽는데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관심있었던 챕터는 바로 아래 목차에 있었던 기본소득에 대한 의견이었습니다.
3부 커진 정부, 믿어도 되나
5. 기본소득의 시대는 도래할 것인가?
내용을 읽어보니 교수들이 좌측, 우측으로 치우치지 않게 균형적인 내용을 기술한 것 같아서 함께 공유를 하고자 합니다. 평소 저와 같이 기본소득에 대해 궁금하셨던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한 의견
미국의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것의 채택은 앞으로 불가피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합니다.
기본소득은 '자산에 대한 조사나 근로에 대한 요구 없이 모든 개인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주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 급여'를 의미합니다.
정말 아무 조건없이 주는 돈입니다.
기본소득은 기존의 사회복지 제도와 여러 면에서 다른데, 먼저 기본소득을 받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나 사회보험처럼 수혜자가 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 근로장려금처럼 일을 하지 않아도, 취업장려금처럼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아도 돈을 주는 겁니다. 그만큼 간단하지만, 그만큼 혁신적이며 급진적인 제도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소득제에 대해 급진적 좌파는 물론, 보수적 우파도 찬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찬성하는 기본 의식에는 조금 차이가 보입니다.
기본소득을 옹호하는 보수주의자들은 현대 복지국가의 비효율적 복지 제도를 기본소득이 대체하여 그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의 의료보험과 저소득층을 위한 현금성 복지를 1인당 년간 1,50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으로 대체하는 것이 국민과 국가 모두에게 좋다고 주장합니다.
진보성향의 좌파들이 기본소득을 찬성하는 이유는 바로 '공유 자산에 대한 평등한 배당'과 '노동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에 있다고 합니다.
좌파들에게 기본소득은 단순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수단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공유 자산의 성격이 강한 토지 과제(보유세)나 정보과세(디지털세)를 선호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보고 저도 현재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어느정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종종 토지를 공개념으로 하자, 아파트를 공개념으로 하자는 이야기가 모두 이런 맥락인 듯합니다.
정말 '공유 자산에 대한 평등한 배당'이라는 명제가 어쩌면 공산당의 개념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결국 사람들에게 아무 조건없이 돈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는 근간이 되는 재산을 공유개념으로 돌리자는 것 같은데, 저도 이 부분은 동의하기가 쉽지 않네요.
지금까지 평생 노력해서 얻게된, 작지만 나와 가족을 위한 재산을 지킬 수 없게 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쩐지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해 핀란드가 2년간 실험을 했는데, '기본소득은 고용률을 높이는 데 거의 효과가 없다. 하지만, 기본소득 수급자의 삶의 만족도나 사회 인식이 기존 실업급여 수급자에 비해 더 긍정적이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2018년 기본소득 수급자들의 근로 일수는 78일로, 실업급여 수급자의 73일보다 5일 높았는데, 이는 핀란드 정보의 예측치인 20~50% 개선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라는 점에서 정책 당국자들을 실망시켰다네요.
결국, 기본소득은 사람들을 좀 더 생산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건부로 돈을 주는 실업급여보다 좀 더 마음 편하게 받을 수 있으니 만족감이 좋았다는 정도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현재의 직업을 잃고 생계가 어려울 때를 생각해 보면, 조건부로 받는 돈 보다 아무 조건없이 나오는 돈이 좀 더 삶을 유지하는데 편안할 것 같습니다. 너무 상식적인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보니, 기본소득은 왠지 보수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기존의 비효율적인 현금성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제도로 전환해서 활용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2. 기본소득제와 AI묵시록
우리가 기본소득제를 이슈로 삼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10년 이내의 미래에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AI 묵시록'이 실현될 경우를 가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근로소득을 얻을 수 없으니, 로봇이 생산한 생산물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기업과 국가가 벌어들인 돈을 기본소득으로 국민에게 나누어 주어 생산과 소비의 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자옥의 묵시록과 같은 파국적 상황이 현실화 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합니다. 더구나 일각의 종말론적 예측이 현실성이 있을지라도 한국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그 위험이 높지 않은 국가로 평가받는다네요.
예를 들어, OECD가 2016년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축소 위험 정도를 측정했을 때 한국은 위험도가 가장 낮은 나라였다고 합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PWC는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될 가능성을 단계별로 살펴보았는데 한국은 알고리즘 단계에서 2%, 증강 단계에서는 12%, 자율성 단계에서는 22%로 분석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조사가 있었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는 저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왜 우리 사회가 로봇에 의해 일자리 감소가 적게 발생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책에서는 그 이유까지는 나와 있지 않은데, 전 우리 사회가 정보화 수준이 높고, 신기술로 고도화되는데 더 빠르기 때문에 로봇에 의한 일자리 대체도 다른 나라보다 빠르지 않을까 했거든요.
오히려, 정보화 수준이 높기 때문에 로봇이 일자리를 잠식해도, 또 다른 신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간다는 그런 논리일까요? 나중에 별도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 우리나라 기본소득제 도입
기본소득에 대한 가장 확실한 사실 하나는 이 제도를 시행하는 데 매우 큰 비용이 든다는 점입니다. 당연하겠죠. 기본소득은 누구에게나, 어떠한 조건도 달지 않고 돈을 준다는 것이니까요.
정치인들 입장에서도 유권자들을 확보하는데 매우 매력적인 제도일 것 같습니다.
여기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정작 지원이 더 절실한 빈곤층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대체되는 복지 급여들은 본래 대부분 저소득층을 위한 것이었는데, 이것을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어주면 당연히 저소득층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복지 혜택이 감소한다는 논리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기본소득은 최빈곤층에 게는 나쁜 제도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이 논리도 어쩐지 그럴듯해 보입니다. 통상의 복지정책이 저소득층과 소외계층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는데, 이런 복지를 전 국민에게 확대하는 것이니 어쩌면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 돈을 받게 되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기뻐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매우 민감하니까요.
정치인들은 기본소득에 대한 재원을 부자들에게서 걷어서 마련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말하자면, 부자증세죠.
그런데, 책의 저자들의 말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소득세, 법인세, 소비세가 전체 국세 294조 원의 77%를 차지하는 반면 상속세나 종합부동산세는 4%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4%의 세금을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애초부터 설득력이 없다는데, 이와 관련된 뉴스는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도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하고 아직 대출을 갚고 있는 상황이지만, 보유세도 높인다고 하고, 혹시라도 집값이 오르면 초과이익도 환수한다고 하고, 여러모로 세금을 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처음 취지와 다르게 부자증세가 아니라 점차 그 증세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듯합니다.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1인당 조세 부담률을 약 11%p 인상해야 합니다.
2017년 한국의 조세 부담률은 18.8%였기 때문에 월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위해서는 개인과 법인 모두 지금보다 58%정도 더 내야 한다고 합니다.
30만원 받자고 세금을 50% 이상 올린다고 하면 누가 공감을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구상대로 1인당 월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위해서는 개인과 법인이 지금 내고 있는 세금의 두배를 내면 된다고 하네요.
결국 '의미 있는 수준'의 기본소득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출구조를 조정하거나 부자들에게서 증세를 한다고 해서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간층과 빈곤층 역시 상당한 수준의 세금 부담을 감내해야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앞으로 사회적인 합의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궁금합니다.
더구나,
아직 기본소득을 위해 증세를 하여 제도를 운영한다고 해서, 그 효과로 비용을 벌충하거나 초과할 수 있다고 검증된 연구는 없다고 합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기본소득이 기존의 복지제도에 비해 빈곤층의 소득보장, 소득 재분배, 사각지대 해소 및 경기부양 효과 그 어느 것에서도 우월한지에 대한 만족할 만한 연구가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책의 결론은 이러한 모든 것을 감안했을 때 기본소득의 시대는 당분간 오기 힘들 것 같다고 결론을 냅니다.
4. 하고 싶은 이야기
기본소득에 대한 저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기본소득 제도 도입으로 인해 제 앞으로의 인생계획이 망가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저는 20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딸 하나 낳고 작은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하고 대출을 갚고 있는데, 예상대로라면 앞으로 퇴직 때까지 10년 더 갚으면 완납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30년 회사 생활해서 집 한 채 마련이 가능하고, 생활비와 교육비가 부족했지만 가끔 나오는 보너스와 수당을 모두 개인연금에 넣으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퇴직을 하게 되면 정말 교과서에 나오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처럼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3층 보장을 받게 되고, 집도 주택연금으로 넣으면 좀 더 넉넉한 생활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와이프와 이야기하기를, 퇴직 즈음에 차만 전기차로 한대 바꾸면 노후 살기에 불편하지는 않겠다고 대화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딸 결혼은 제외하고, 일단 부부가 살아남는 데는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들었거든요.
기본소득 제도의 도입이 저에게 미칠 영향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현재보다 월등히 높은 소득세와 의료보험료, 고용보험료, 보유세, 재산세가 나오기 시작한다면, 이후의 제 삶이 더 팍팍하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힘이 들 것 같습니다.
저는 기본소득 제도를 위해 부담해야 하는 개인 희생이 클 것 같다고 느껴지는데, 제가 준비하고 있는 미래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가 됩니다. 어떤 복지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기본소득이 대세이고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면, 좀 더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인 동의가 있은 다음에 진행이 되면 좋겠습니다.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체감할 수 있어야 사람들도 각자 준비하고 있는 미래계획에 차질이 있는지 검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리하며,
늘 기본소득 제도에 대해 궁금했는데, 책으로 읽게 되어 좋았습니다. 신문에서 보는 내용들은 너무 단편적이고 편집으로 내용의 취지가 변질되는 경우도 있어서 모두 믿을 수 없었거든요.
제가 걱정한다고 어떻게 사회가 바뀌지 않겠지만, 우리나라는 다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나면 좋겠습니다.
구매하실 생각이 있으시면, 참고해 주세요.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일정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음)
◇ 2021한국경제 대전망 : 가격확인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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