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
막걸리를 사랑하는 저는 퇴근을 일찍 하는 날이면 집 근처 편의점에서 '느린 마을 막걸리'를 1병 사서 집에 갑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막걸리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입니다.
인터넷에서 전국의 전통 막걸리도 주문해서 먹어 보았지만, 접근성, 가격, 맛을 고려했을 때 느린 마을 막걸리가 최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편의점에서 느린 마을 막걸리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평소에 2,900원을 주고 샀는데 지금은 3,400원에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17.2% 인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막걸리를 담아 먹으면 어떨까 싶어서 솜씨당에서 막걸리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했습니다.
강의는 '수국'이라는 곳에서 진행하는데, 전통 막걸리 담는 법을 강의하는 공방이었고, 코로나 때문에 대면 수업이 어려워지자 줌을 통해서 원격수업을 개발한 것 같았습니다.
1. 원격강의 준비물
비용은 약 4만 원 정도였고, 신청하면 솜씨당에서 안내 문자와 함께 막걸리 만들기 키트를 보내 줍니다.
안내문자 내용을 보니 강의는 주말에 진행을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 2회 진행을 하며 편한 날짜로 선택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준비물로 키친타월과, 스탠볼이 필요하고, 미리 찹쌀 고두밥을 만들어 선풍기에 식혀 차갑게 준비를 해야 합니다. 고두밥을 만드는데 약 30~60분이 필요하고, 식히는 시간을 고려하면 고두밥을 만드는데 9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은 아래와 같이 깔끔해서 포장해서 모두 보내 줍니다.
술을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 병, 생수 1리터, 찹쌀 1킬로그램, 누룩 150그램, 항아리 망, 네임태그, 비닐장갑 등이 깔끔하게 포장되어 도착했습니다.
요즘은 줌 강의도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시청하기도 편하고, 끊김도 없습니다. 얼마 전 회사에서 400명이 동시에 줌으로 강의를 했는데 무난했었습니다.
이제는 강의 수업도 충분히 비대면으로 집에서 진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배송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준비물도 완벽하니 줌 화면만 끊기지 않으면 재미있을 듯합니다.
2. 원격수업 진행하기
수업은 처음에 준비물에 대한 설명을 짧게 해 주시고,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만들면서 궁금해할 만한 사항들과 지금까지 질문이 많이 들어왔던 점들을 꼼꼼하게 짚어가면서 강의를 진행 해 주셨습니다.
고두밥을 만들 때 밥을 완전히 익히지 않으면, 막걸리가 신맛이 강해질 수 있다는 점과 찹쌀을 불릴 때 최소 6시간, 최대 12시간이 적당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준비할 때 잘못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찹쌀을 씻을 때 밥할 때처럼 3번 헹궈냈는데 술을 빚을 때는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박박 문질러서 깨끗하게 세척해야 한다고 합니다.
찹쌀 1Kg으로 담으면 막걸리가 1.6L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 저는 고두밥을 만들 때 바닥에 누룽지가 생기는 바람에 일부를 걷어 냈으니 1.5L 정도 나올 듯합니다.
막걸리를 만들 때 찹쌀과 물과 누룩의 비율이 궁금했는데, 대강 찹쌀 1Kg에 물 1L, 누룩 100~150g 비율인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도 만드는 비율이 많이 나와 있는데, 몇 차례 만들어 보면서 나만의 비율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스탠볼에 찹쌀과 물과 누룩을 함께 넣고 섞어 주면 되고, 가능한 큰 스탠볼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제가 딱 맞는 스탠볼을 사용하다 보니 서로 뒤집으면서 섞을 때 불편했습니다.
고두밥의 알갱이가 짓눌리지 않도록 살살 분리해 가면서 손으로 섞어주고 가끔 위아래를 뒤집어 줍니다. 약 20~30분 정도 이렇게 잘 혼합을 해 주면 물은 대부분 흡수되고 찰진 상태가 되는데 이때 술통에 담아 주면 됩니다.
다른 이물질이 끼지 않도록 입구와 벽면을 잘 닦아 주면 되고, 평평하게 눌러주고 키친타월 한 장으로 뚜껑을 덮어주고 항아리 망으로 고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3일간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씩 공기가 잘 섞이도록 찹쌀을 뒤집어주고, 섞어 주면 됩니다. 그러면, 누룩에 있는 박테리아들이 발효를 시작해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발효는 방 온도가 20~25도 정도가 제일 좋지만, 아주 높거나 아주 낮지 않으면 문제없다고 합니다.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가면 누룩이 알코올 생성 작업을 중단해 버린다고 하니 온도가 높게 유지되는 것만 조심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5~7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 발효가 끝나기 때문에 망사에 넣고 술을 짜주면 된다고 합니다. 순수하게 담은 찹쌀만 짜낼지, 물을 좀 더 섞어서 양을 늘릴지는 해보면서 판단하려고 합니다.
저와 같은 회사원의 방은 에어컨을 틀면 온도가 내려가고, 출근하면 온도가 높아지는 특징이 있어 균일한 온도를 맞출 수 없어 조금 일찍 술을 짜내도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일요일 담그고 5일 뒤인 금요일 저녁에 술을 짜내면 어떻겠냐고 하시는데 해 보고 적정한 시기를 결정해야 할 듯합니다. 술을 짜 낼 때가 되면 술통 하단에 술이 생성되어 액체로 층이 생긴다고 하는데, 금요일 저녁에 확인해 보겠습니다.
보통 두병 정도 나오는데 한 병은 일주일 내에 먹고, 나머지 한병은 충분히 숙성시켜서 먹으면 좋다고 하네요.
막걸리 담기를 해 보니, 필요한 재료는 곡식과 물과 누룩뿐이네요.
누룩은 인터넷에서 우리밀로 만든 것을 1Kg에 8천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으니, 한 봉지 사놓고 주말에 잠깐씩 시간을 내서 막걸리를 담아 먹으면 좋을 듯합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귀찮은 부분은 밥통으로 고두밥 만들기와 나중에 누룩과 물과 혼합해서 수분을 흡수시키는 과정입니다. 만들고 3일 정도 아침, 저녁으로 섞어주는 것도 조금 귀찮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귀차니즘으로는 수제 막걸리를 즐길 자격이 없을지 모릅니다. 처음이라 이렇게 말씀드리지만, 3회 정도 반복해서 만들어 보면 금세 익숙해질 것 같습니다.
3. 막걸리를 먹는 법 3가지
인터넷 쇼핑몰을 찾아보니 누룩도 별도로 구입할 수 있고, 이스트와 누룩을 세트로 판매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결국 원하면 얼마든지 막걸리를 담가서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운 방법대로 막걸리를 담가서 먹으려면 상당히 시간과 노력이 들게 됩니다. 자주 연습을 해서 익숙해지면 모르겠는데 막 배우고 난 감상으로는 쉬워 보이진 않았습니다.
만드는 법을 한마디로 만들면, 곡식과 누룩과 물을 통에 버무리고 끝이긴 한데, 밥을 씻는 과정, 밥을 짓는 과정, 누룩을 넣고 혼합하는 과정, 술을 담고 관리하는 과정 등에 따라 술맛이 천차만별로 변한다고 생각하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런데, 좀 더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미 쌀가루와 누룩과 이스트를 혼합해 물과 함께 섞어 놓고 발효만 시키면 24시간 이후부터 먹을 수 있도록 가공해 개발한 막걸리 키트가 있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막걸리를 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1. 편의점에서 느린 막걸리를 한 병에 3,400원에 사 먹는다. 맛도 보장되어 있고, 간편하게 구입이 가능하다.
2. 찹쌀과 누룩을 사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 나만의 맛을 직접 찾아야 하고, 저렴하다. 제조기간이 길다.
3. 간편 키트를 사다 직접 만들어 먹는다. 비교적 맛이 정형화되어 있고, 제조기간이 짧다.
저는 막걸리라는 술은 서민적이기 때문에 저렴하게 마실 수 있어야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제조방법이 간편하면 좋겠지요.
현재로서 3번 막걸리 간편 키트를 사서 막걸리를 제조해 보는 방법이 궁금하네요.
맛이 괜찮다면 편의점에서 막걸리를 사다 먹는 것보다는 조금 더 저렴하게 막걸리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담근 막걸리를 마시려면 다음 주 주말이 되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 가볍게 24시간 내에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막걸리 키트를 사다가 한번 테스트를 해 봐야겠습니다.
원데이 클래스 덕분에 수제 막걸리를 담을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더불어 술과 관련된 지식도 많이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4. 하고 싶은 이야기
'수제'라는 말이 있고, '간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수제'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직접 손수 만들어서 어떤 고급스러운 느낌과 함께 전통적 기분이 납니다.
'간편'이란 단어를 사용하면 약간 맛의 깊이는 떨어지지만, 작업방법을 단순화시킨 인스턴트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막걸리는 어떨까요?
비단 막걸리뿐만이 아니라 술이라는 식품은 시간이 그 맛을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누룩과 곡식이 섞여,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산소가 섞이면서 발효가 되고 맛있는 술로 익어가는 것입니다.
간편 막걸리 키트를 판매하는 업체는 대부분 전통주 제조업체였는데, 아마도 막걸리라는 술을 대중화해서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없어 제품을 다양화한 것일 수 있습니다.
막걸리 애호가라고 자처하면서 매번 시중의 브랜드 막걸리와 인터넷으로 지방의 전통 막걸리만 구해 마셔보았는데, 이제는 제가 직접 담가 먹는 수제 막걸리와 조금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키트형 간편 막걸리도 한번 만들어 마셔봐야겠습니다.
이번에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어 일부만 공유를 드립니다.
'술'이라는 단어가 생긴 어원은 원래 '수불'이었다고 합니다. 수는 물이란 뜻이고, 술을 마시면 몸이 뜨거워지고, 혹은 발효과정에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불이란 단어를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수불이란 단어가 시간이 흐르면서 '수불-수올-술'과 같이 발음이 순화되어 술이 되었다고 하네요. 재미있는 이론이었습니다.
그리고, 술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소주는 안동, 개성, 제주 3곳이 유명한데, 몽고(혹은 아람)에서 술이 한반도로 들어왔을 때 3개 지역에서 주로 술을 빚어 전국에 유통했다고 합니다.
제주도가 소주로 유명한지 몰랐습니다. 제주도 전통 소주는 한라산이 아니라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이라고 합니다. 가격은 2만 5천 원 정도 하는데 빨리 구해서 맛을 확인해야겠습니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양조장이 산재해 있어 여행을 할 때 양조장을 중심으로 여행을 해도 재미있다고 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매우 좋은 여행 테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리하며,
오늘은 막걸리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해 보면서 수제 막걸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본가에 내려가면 가끔씩 내주시던 탁주를 제가 만들어 먹을 수 있다니 기분이 새롭네요.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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