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
금융당국은 '21년 5월 소비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고 보험모집의 비효율성을 낮출 수 있는 '비대면 디지털 모집 규제'를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보험업법 시행령과 감독규정까지 수정하고 시행을 하려면 하반기는 되어야 보험사에서 도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대면모집 관련 개선방안인 '설계사의 고객 대면의무 면제'와 '모바일 청약 시 반복 서명 절차의 폐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제도개선 요약
지금까지 설계사들은 대면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였습니다.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친분과 함께 신뢰가 쌓이면서 보험과 관련된 설명도 듣고, 관심이 생기면 상품도 가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대면을 기본으로 하는 설계사 영업력은 위축될 수 밖에 없었고,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영업을 한다고 해도 전염성이 강하다 보니 확산되는 것을 막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에 따른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를 상시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내용은,
설계사들이 '최소 1회 이상 소비자를 대면하여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설명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면제해 주는 것입니다.
그 대신, 전화로 중요한 사항을 설명하고 녹취를 하도록 개선했고,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보험사는 녹취 확인 등 안전장치를 갖추도록 했습니다.
또 다른 개선사항으로 모바일 청약 시 반복서명 절차를 폐지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설계사가 계약자를 만나서 중요 사항을 설명하면, 그 이후 보험계약에 대한 청약절차는 모바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화면이 작은 휴대폰으로 내용을 확인하면서 반복해서 전자서명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을 청약절차 시작할 때 1회만 서명을 하면, 그 이후 중요사항에는 확인만 하여 서명란에 클릭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개선한 것입니다.
이렇게 두 가지 사항이 금융당국에서 설계사들을 위해 대면채널 영업규제를 완화한 내용인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 보험사와 소비자 입장
이렇게 두 가지 제도개선에 대해 보험사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요? 과연 실효성은 있을까요?
첫번째 제도개선 내용인 '고객 대면의무 면제'는 크게 실효성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조건으로 내세운 안전장치를 갖추는데 보험사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전화를 통해 녹음으로 계약의 전체 과정을 증빙할 수 있는 채널은 전화모집채널(TM)입니다.
전화모집채널(TM)과 같이 녹음과정을 증빙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갖추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녹음이 가능한 전화기가 있어야 하고, 모든 녹음내용을 법적 기준에 맞게 보관 및 백업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고객이 본인의 녹음내용을 확인하고자 할 때 검색 및 제출이 가능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어야 금융당국이 말하는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대면영업을 기본으로 했던 조직에게 이러한 시스템을 제공하려면 보험사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 대면영업 조직에 종사하는 분들은 비교적 연령대가 높아 전산장비 사용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를 해야 합니다. 제대로 녹음이 되었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스스로 체크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으니, QA와 같은 별도 조직이 품질검사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험사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두번째로 개선사항은 고객입장에서 조금은 편리해 질 것 같습니다.
모바일로 청약을 진행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작은 화면에 깨알 같은 설명을 보면서 하나씩 확인하고 사인하는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 고객 입장에서도 매우 불편한 프로세스일 것입니다.
이 부분이 서명 한번으로 갈음하고 나머지는 체크 정도만으로 완화가 된다면 프로세스 구성을 조금은 단순하게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대면채널에서 얼마나 모바일 프로세스를 많이 사용하느냐인데,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니 이 부분은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3. 대면영업의 미래
보험영업의 꽃은 설계사입니다. 보통 우리가 '보험 아줌마'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보험은 설계사들에 의해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지금 인터넷 보험이 활성화 되어 있다고 해도 여전히 60%는 대면채널이 점유하고 있으니, 설계사들의 힘은 지금도 강합니다.
이러한 설계사 채널에는 근본적인 리스크가 있습니다.
바로 고령화입니다. 대한민국 인구구조와 같은 리스크인데,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은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지금은 아무도 보험설계사를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설계사 조직은 점차 늙어가서 평균 연령이 환갑이 가까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활동력도 떨어지고, 전산능력도 떨어지고, 생산성도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리스크를 극복하고자 각 보험회사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산 시스템을 좀 더 편리하고 쉽게 만들어서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교육을 좀 더 재미있고, 모바일과 태블릿과 같은 고객들이 익숙한 장비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추가로 금융당국은 제도개선을 통해 전화영업의 장점인 '녹음'과 인터넷 영업의 장점인 '모바일 서비스'까지 대면영업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준 것 같습니다.
이러한 조치로 대면영업이 살아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결국 연령구조와 함께 대면영업 채널은 점차 쇠퇴하지 않을까 합니다. 대면 채널이 생존하려면, 요즘 대세인 MZ세대가 설계사들에게 보험가입을 해야 그 채널이 생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까지 인터넷과 전화채널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면채널인 설계사에게 보험을 가입하고 유지하고 있는 분들이 나이가 들어 사망에 이르게 되면 이와 함께 대면채널도 함께 사라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고객이 존재하지 않으면 영업채널도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제도개선을 통해 대면채널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금융제도는 자체가 매우 보수적이어서 금융사고가 크게 터지지 않는 선에서 가능하면 다양한 기술요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응하면 좋겠습니다.
정리하며,
제도개선은 매우 중요한 변화입니다. 어떤 사회에 모여 살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국가제도가 아닌가 합니다. 부동산 제도가 바뀔 때마다 시장이 출렁거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금융제도 또한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떻게 바뀌고 이것이 보험사와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면 생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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